소스, 조미료

MSG, 정말 나쁜 걸까요? - 오해와 진실

율안 2025. 5. 5. 23:02

 

 한때 ‘MSG 무첨가’를 자랑스럽게 내세우던 음식점들이 많았습니다. 슈퍼마켓 선반에도 MSG를 빼고 만든다는 식품이 눈에 띄었죠. 하지만 최근 들어 MSG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과연 MSG는 무엇이고, 정말 몸에 해로운 걸까요?

 

 MSG는 '모노소듐 글루타메이트(Monosodium Glutamate)'의 약자입니다. 우리말로는 '글루탐산나트륨'이라 불리는 이 성분은, 쉽게 말해 '감칠맛'을 내는 조미료입니다. 감칠맛이란 단맛, 신맛, 짠맛, 쓴맛에 이어 다섯 번째 기본 맛으로 인정받은 맛으로, 일본어로 '우마미(旨味)'라고 불립니다.


MSG는 언제 개발되었는가?

 MSG는 1908년 일본의 화학자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에 의해 개발되었습니다. 그는 도쿄제국대학(현재의 도쿄대학)에서 화학을 연구하던 중, 아내가 끓인 다시마 국물에서 느껴지는 독특한 맛—즉, 다른 기본 맛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깊은 맛에 주목했습니다. 이케다 박사는 그 맛의 실체가 무엇인지 화학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고, 결국 다시마에 다량 존재하는 '글루탐산'이라는 아미노산이 감칠맛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당시 일본은 산업화 초기였고, 도시화와 함께 식품 제조업이 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빠르게 조리할 수 있고, 맛이 좋은 식품이 요구되던 상황에서 이 감칠맛을 누구나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조미료로 만드는 것은 매우 혁신적인 발상이었습니다.

 이케다 박사는 글루탐산에 나트륨을 결합해 물에 잘 녹고 취급하기 쉬운 형태인 '모노소듐 글루타메이트(MSG)'를 개발하고, 같은 해에 특허를 출원했습니다. 이 발명은 후지사와 사부로와 함께 '아지노모토(味の素)'라는 이름으로 제품화되어, 일본 전역에 빠르게 퍼지며 조미료 시장을 개척하게 되었습니다.

 

 감칠맛, 즉 우마미는 일본에서 오래전부터 인지된 맛입니다. 일본의 전통적인 다시마 육수나 가쓰오부시(가다랑어포)에서 느껴지는 깊은 맛을 설명하는 말로 자리 잡았습니다. 1985년이 되어 국제적으로도 ‘우마미’가 다섯 번째 맛으로 공식 인정받았습니다. 이 결정은 그 해 열린 국제 심포지엄 'Umami International Symposium'에서 과학자들과 미각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한 결과였습니다. 당시까지 서양에서는 맛을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이라는 네 가지로만 정의했지만,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는 오래전부터 우마미의 존재를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이 심포지엄에서 다시마, 가쓰오부시, 표고버섯 등에 포함된 글루탐산, 이노신산, 구아닐산 등이 혀의 특정 수용체를 자극해 독립적인 맛을 느끼게 한다는 생화학적 증거들이 발표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우마미가 과학적으로 '미각의 다섯 번째 축'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입니다.

 이후 우마미는 국제 과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았고, 식품 과학, 영양학, 미각 연구 등 여러 분야에서 중요한 연구 주제로 떠올랐습니다. 오늘날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조리 교육과 식품 설계에서도 우마미가 중요한 맛 요소로 활용되고 있으며, MSG를 비롯한 다양한 천연 식품에서 우마미 성분을 찾는 연구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MSG의 성분은 무엇인가?

 

 MSG는 화학적으로 '글루탐산의 나트륨 염' 형태입니다. 글루탐산은 우리 몸의 단백질을 구성하는 주요 아미노산 중 하나로, 자연 상태에서도 수많은 식품에 존재하는 물질입니다. MSG는 이 글루탐산을 안정된 형태로 만들어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죠. 물에 녹으면 MSG는 글루탐산 이온(Glutamate⁻)과 나트륨 이온(Na⁺)으로 분리되며, 이때 감칠맛을 내는 실질적인 주체는 글루탐산 이온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와 같은 글루탐산 이온은 자연 식품에서도 동일하게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다시마, 토마토, 치즈, 된장 등 다양한 음식 속에서 느끼는 감칠맛도 결국 이 글루탐산 이온이 혀의 수용체에 작용한 결과입니다. 즉, MSG는 인공적으로 정제되었지만 물에 녹는 순간 자연 속 글루탐산과 화학적으로 동일한 상태가 됩니다. 다시 말해, MSG는 '감칠맛을 농축하고 다루기 쉬운 형태로 만든 것'일 뿐, 그 작용은 자연에서 이미 수천 년간 인류가 접해온 맛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글루탐산은 일상에서 흔히 먹는 식품에 자연적으로 풍부하게 들어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다시마, 가쓰오부시, 표고버섯, 숙성된 치즈(파르메산 치즈), 토마토, 멸치, 콩 발효제품(간장, 된장 등) 등에 많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음식에서도 자연스럽게 글루탐산을 섭취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MSG는 건강에 해로울까? 

 

1968년, '중국음식점 증후군(Chinese Restaurant Syndrome)'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하며 MSG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중국 음식점을 다녀온 일부 사람들이 두통이나 무력감 등의 증상을 경험했다는 보고가 나온 것이죠. 이후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현재까지도 MSG가 건강에 유해하다는 확실한 과학적 증거는 없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식품의약국(FDA), 유럽식품안전청(EFSA) 등 주요 보건 기구들은 MSG를 '일반적으로 안전한 식품 첨가물(GRAS, Generally Recognized As Safe)'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과도한 섭취만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안전하다는 것이 학계의 공통된 견해입니다. 오히려 MSG는 건강한 식습관을 도울 수 있는 조미료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특히 소금 섭취를 줄여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MSG는 감칠맛을 담당하는 글루탐산 나트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나트륨 함량입니다. MSG는 같은 양의 소금에 비해 나트륨 함량이 약 3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즉, 적은 양으로도 깊은 맛을 낼 수 있어 소금 사용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며, 이는 고혈압이나 심혈관 질환을 예방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유익합니다. MSG는 단지 '맛을 좋게 하는 물질'이 아니라, 잘 활용하면 건강한 식단을 위한 도구가 될 수 있는 성분입니다. 논란의 그림자에 가려졌던 과학적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MSG는 점점 본래의 기능과 역할로 재평가되고 있습니다.


MSG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법

 

 MSG는 요리할 때 적절히 사용하면 음식의 맛을 더욱 깊고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국물 요리나 찌개류, 볶음 요리 등 감칠맛을 강조할 필요가 있는 음식에 잘 어울리며, 소금의 양을 줄이면서도 만족스러운 맛을 얻을 수 있게 도와줍니다.  MSG를 넣을 때는 요리의 마무리 단계에 넣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음식 재료의 맛을 충분히 끌어낸 후 마지막으로 소량을 넣으면, 전체적인 맛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감칠맛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MSG는 잘못된 인식으로 인해 오랜 기간 부정적으로 바라봐 왔던 식품 첨가물입니다. 하지만 적절히 사용하면 건강에 전혀 해롭지 않고, 오히려 음식의 맛을 풍부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과도한 사용을 피하고 균형 있게 활용하는 것입니다. 다음 번 요리할 때, 작은 양의 MSG로 음식에 숨은 깊은 맛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