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햇살이 내리쬐는 언덕 위, 끝없이 펼쳐진 푸른 올리브 나무 사이로 부드럽게 바람이 스쳐 갑니다. 나무 가지마다 탐스러운 초록색 열매들이 매달려 있고, 햇살에 반짝이는 올리브의 껍질이 금방이라도 황금빛 오일을 쏟아낼 듯 빛나고 있습니다. 바로 이 작은 열매, 올리브로부터 인류는 수천 년 동안 건강과 미식을 위한 보물을 얻어왔습니다. 바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Extra Virgin Olive Oil)"입니다.
올리브유의 역사는 인류 문명 그 자체와 함께 해왔습니다. 약 6천 년 전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처음 올리브를 재배하기 시작했으며, 이집트와 고대 그리스에서 올리브유는 식량을 넘어 제례용, 의약품, 미용 등 다방면에 사용되었습니다. 특히 고대 그리스에서는 올리브가 신성한 것으로 여겨져 올림픽 경기의 승자에게 올리브 가지를 수여하기도 했죠. 로마 시대에도 올리브유는 필수품이었습니다. 로마 제국은 올리브 재배를 적극적으로 권장했고, 지중해 지역 전체에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올리브유" 하면 이탈리아나 스페인을 떠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의 토스카나 지방이나 스페인의 안달루시아 지방은 올리브유 생산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가 건강에 좋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올레산(Oleic Acid)"이라는 성분 덕분입니다. 올레산은 올리브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라틴어 "Oleum(기름)"에서 왔습니다. 올레산은 몸에 좋은 단일불포화지방산(오메가9)의 일종으로, 심장 건강을 돕고, 나쁜 콜레스테롤(LDL)을 낮추며 좋은 콜레스테롤(HDL)을 높이는 효과가 뛰어납니다.
현대인의 건강 문제 중 하나가 지나친 오메가6 섭취에서 옵니다. 오메가6 지방산은 적당량이 필요하지만, 과다 섭취 시 몸에 만성 염증을 유발합니다. 카놀라유, 옥수수유, 해바라기유 등은 오메가6가 많아서 염증을 증가시키기 쉽습니다.
반면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는 올레산이 대부분이고 오메가6 지방산의 비율은 매우 낮습니다. 그래서 지속적으로 섭취하면 염증이 줄어들고 심혈관 질환이나 당뇨, 관절염 등 만성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이죠.
"엑스트라 버진"이란 말 그대로 "가장 순수한 첫 번째 압착으로 얻은 기름"을 의미합니다. 즉, 화학적인 공정 없이 저온에서 올리브를 눌러 처음 얻은 최고급 기름을 지칭합니다. 국제적으로 엑스트라 버진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산도(유리지방산 함량)가 0.8% 이하이어야 하고, 맛과 향에 결함이 없어야 합니다. 맛과 향이 풍부하고 신선한 올리브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은 오일이 바로 엑스트라 버진인 것입니다.
"엑스트라 버진"이라는 단어는 생각보다 역사가 짧습니다. 이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중반 이탈리아에서였습니다. 당시 올리브유 산업이 발전하면서 품질을 명확히 구분하기 위한 용어가 필요해졌죠. 그래서 가장 품질이 뛰어난 첫 압착 오일을 "엑스트라 버진"으로 부르기 시작했고, 곧 유럽과 세계로 퍼져 나갔습니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는 어떻게 먹는 게 가장 좋을까요? 올리브유 본연의 향과 맛을 느끼기에는 샐러드 드레싱이나 빵에 찍어 먹는 방식이 최고입니다. 또한 파스타나 수프, 생선구이, 고기 요리의 마무리에 살짝 뿌려 주면 요리의 풍미가 살아납니다. 아침에 빵과 함께 곁들이거나, 토마토와 모짜렐라에 살짝 곁들이는 간단한 방법도 좋습니다.
모든 식재료에는 주의할 점이 있듯, 올리브유에도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산화와 발연점" 문제입니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는 정제 과정을 거의 거치지 않기 때문에 다른 기름보다 더 쉽게 산화될 수 있습니다. 산화된 기름은 오히려 몸에 해로운 활성산소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빛과 열, 공기에 장기간 노출되지 않도록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잘 보관해야 합니다. 또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는 발연점(기름이 타기 시작하는 온도)이 약 180°C 정도로 낮습니다. 따라서 고온의 튀김요리보다는 샐러드 드레싱이나 저온 조리, 요리의 마무리에 향미를 더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조리용으로는 조금 더 안정적인 "정제 올리브유(Pure Olive Oil 또는 Refined Olive Oil)"를 사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정제 올리브유는 열처리와 여과 과정을 거쳐 발연점이 높아져 고온의 조리에도 산화가 적게 일어납니다. 단, 정제 과정에서 풍미와 향이 상당히 줄어들기 때문에, 조리 시 사용하는 기름으로만 활용하고, 풍미를 내기 위한 용도로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따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올리브 나무에서 시작되어 수천 년 동안 인류와 함께 해온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는 단순한 식용유를 넘어 우리의 삶과 건강을 바꾸는 작은 마법 같은 존재입니다. 이번 주말, 마트에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한 병을 선택해보는 건 어떨까요?
그 작은 선택이 여러분의 식탁을 지중해의 향기로 가득 채우고, 건강한 내일을 만들어 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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