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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깊은 맛, 바지락 이야기

봄 바람이 불면 바지락이 통통하게 오릅니다. 간장게장보다도 먼저 봄의 시작을 알려주는 바지락국 한 그릇에는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힘이 담겨 있습니다. 조용히 입을 벌려 해감을 마친 바지락이 맑은 국물 속에서 은은하게 퍼뜨리는 바다 내음은,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느끼게 해주는 맛 중 하나입니다. 바지락은 언제부터 먹었을까? 우리나라에서 바지락을 포함한 조개류를 먹은 역사는 오래되었습니다. 삼국시대 패총 유적에서는 다양한 이매패류 껍데기가 발견되며, 『삼국사기』, 『산림경제』, 『임원경제지』 등 고문헌에도 조개를 이용한 국물 요리와 젓갈류가 등장합니다. 바지락이라는 종이 명확히 구분되어 기록된 것은 아니지만, 얕은 갯벌에서 서식하는 조개류는 오랜 세월 민가의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

해산물 2025.05.08

우울할 때, 뇌를 위한 식사를 할 수 있을까?

비 오는 날이면 괜히 가슴이 조이고, 아침에 눈을 떠도 다시 눈을 감고 싶을 만큼 세상이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아무도 나를 모른다는 생각, 누군가 옆에 있어도 외롭다는 기분,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을 설명할 힘조차 사라지는 날들. 이럴 때 우리는 ‘우울하다’고 말하지만, 뇌 속에서는 조용한 화학적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우울증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뇌의 신호 문제. 우울증은 단순히 기분이 가라앉는 문제가 아니라, 뇌 속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무너진 상태입니다. 특히 많이 언급되는 물질이 세로토닌과 도파민입니다. 세로토닌은 감정의 균형, 수면, 식욕, 안정감을 조절하는 물질이며, 도파민은 동기부여, 즐거움, 집중력에 관여합니다. 우울증 환자들은 이들 물질의 분비가 감소하거나 수용체 기능에 문제..

건강 2025.05.06

MSG, 정말 나쁜 걸까요? - 오해와 진실

한때 ‘MSG 무첨가’를 자랑스럽게 내세우던 음식점들이 많았습니다. 슈퍼마켓 선반에도 MSG를 빼고 만든다는 식품이 눈에 띄었죠. 하지만 최근 들어 MSG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과연 MSG는 무엇이고, 정말 몸에 해로운 걸까요? MSG는 '모노소듐 글루타메이트(Monosodium Glutamate)'의 약자입니다. 우리말로는 '글루탐산나트륨'이라 불리는 이 성분은, 쉽게 말해 '감칠맛'을 내는 조미료입니다. 감칠맛이란 단맛, 신맛, 짠맛, 쓴맛에 이어 다섯 번째 기본 맛으로 인정받은 맛으로, 일본어로 '우마미(旨味)'라고 불립니다.MSG는 언제 개발되었는가? MSG는 1908년 일본의 화학자 이케다 기쿠나에 박사에 의해 개발되었습니다. 그는 도쿄제국대학(현재의 도쿄대학)에서 화학을 연구하던 중, ..

소스, 조미료 2025.05.05

늙은호박부터 애호박까지, 우리가 몰랐던 호박의 모든 것

가을 햇살에 말랑하게 익어가는 호박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줍니다. 된장국에 들어간 애호박 한 조각, 마른 늙은호박으로 끓인 호박죽 한 그릇, 찜기에 쪄낸 단호박 한 덩이는 정겨운 일상의 풍경을 떠오르게 합니다. 어릴 적 시골 마당 끝에서 보았던 노란 덩굴 속 둥근 열매처럼 호박은 우리에게 참 익숙한 식재료입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우리는 호박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호박의 유래와 어원부터 다양한 품종과 문화 속 의미, 건강 효과까지 호박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호박이라는 이름은 어디서 왔을까? '호박'이라는 이름의 어원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언어학자들은 '호박'이 '胡瓜(호과)'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호(胡)'는 고대 중국에서 서역이나 이..

채소 2025.05.01

라드(Lard)의 진짜 가치 – 잊혀졌지만 되살아나야 할 보물

오래전, 주방 한구석마다 자리 잡고 있던 기름이 있습니다. 비싼 버터나 식물성 기름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돼지기름, 라드(Lard)**였죠. 지금은 건강을 해친다는 오해 속에 잊힌 라드. 하지만 사실은, 라드는 오랫동안 인간의 식문화 속에서 가장 사랑받은 기름 중 하나였습니다. 오늘은 돼지고기 지방과 라드에 대한 오해를 풀고, 왜 다시 주목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왜 라드는 다른 고기 지방보다 대중화될 수 있었을까? 라드가 대중적으로 널리 상품화되고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돼지가 워낙 키우기 쉬운 가축이었기 때문입니다. 돼지는 초식동물인 소나 양과 달리 잡식성이기 때문에, 다양한 음식물 찌꺼기나 곡물 사료로도 잘 자랐습니다. 성장 속도도 빠르고, 번식력도 뛰어났기에 단기간에..

기름 2025.04.29

소고기 지방은 과연 나쁠까? – 우리가 몰랐던 진실

기름진 스테이크 한 조각을 앞에 두고, 마음 한편이 찜찜했던 적이 있나요?"포화지방 덩어리야, 혈관아 미안해""콜레스테롤이 쌓이면 어쩌지?"이런 생각, 아마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겁니다.소고기 지방은 오랫동안 "건강의 적"처럼 취급되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통념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소고기 지방은 정말 그렇게 나쁘기만 한 걸까요? 오늘은 이 오래된 논란을 과학과 역사, 그리고 새로운 시선으로 풀어보려 합니다. 소고기가 나쁘다는 통념, 어디서 시작됐을까? 20세기 중반, 미국과 유럽에서 심혈관 질환이 급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시기에 과학자들은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와 포화지방 섭취량 사이의 상관관계를 발견했고, "포화지방 → 콜레스테롤 증가 → 심장병"이라는 간단한 도식이 사..

기름 2025.04.28

고소한 건강 한줌, 견과류 속 지방 이야기

바쁜 하루 중 출출할 때, 혹은 커피 한 잔 옆에 곁들이는 간식으로 빠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고소하고, 달지도 짜지도 않은데 자꾸 손이 가는 그것. 바로 견과류입니다.그런데 알고 계셨나요? 이 작고 단단한 식재료가 지방 덩어리라는 사실을.놀랍게도 견과류의 약 70~80%는 지방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지방이 오히려 건강에 좋은 지방이라면?오늘은 견과류 속 지방 이야기를 통해, 왜 우리가 견과류를 단순한 간식이 아닌 건강 전략 식품으로 봐야 하는지를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견과류는 과연 무엇인가? 땅콩과 잣은 견과류일까?먼저 "견과류"라는 단어부터 살펴보죠.견과류는 일반적으로 딱딱한 껍질 안에 씨앗이 하나 들어 있는 열매, 즉 **건조한 과일(nut)**을 의미합니다.하지만 식물학적으로는 이 정의가..

기름 2025.04.26

열대의 태양이 담긴 기름, 코코넛 오일의 진짜 이야기

하얗고 단단한 과육, 그 안에서 추출한 한 방울의 기름은 기적처럼 향기롭고 부드럽습니다.요즘 건강한 식생활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손님이 있죠.바로 **코코넛 오일(Coconut Oil)**입니다.'슈퍼푸드'라는 말이 붙을 정도로 많은 찬사를 받은 코코넛 오일, 그런데 정말 그렇게까지 좋을까요?그리고 도대체 코코넛 오일은 무엇이 다르길래 그렇게 특별한 걸까요?오늘은 남국의 햇살을 머금은 이 특별한 기름의 과학과 이야기들을 풀어보겠습니다.코코넛 오일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코코넛 오일은 **코코넛(열대 야자나무의 열매)**에서 추출한 지방입니다.그 중에서도 성숙한 코코넛의 **단단한 하얀 과육(copra)**에서 오일을 짜내죠.두 가지 방식으로 나뉘어 생산됩니다.정제 코코넛 오일 (RBD)Re..

기름 2025.04.25

우리가 모르는 사이 매일 먹고 있는 팜유의 비밀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의 뒷면을 한 번 유심히 살펴보세요. 과자, 라면, 초콜릿, 아이스크림, 그리고 심지어 화장품까지. 한 가지 공통적인 성분이 보일 겁니다. 바로 '팜유(Palm Oil)'입니다. 팜유는 이미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침투한 식물성 기름입니다. 그런데 이 팜유, 도대체 왜 이렇게 널리 쓰이고 있는 걸까요? 그리고 과연 우리의 건강에는 괜찮을까요?오늘은 팜유에 얽힌 이야기들을 한 번 찬찬히 풀어보겠습니다. 팜유, 왜 이렇게 많이 쓰이는 걸까?팜유는 열대 지방에서 자라는 기름야자나무의 열매에서 얻는 식물성 기름입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가 주요 생산국인데, 놀랍게도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식물성 기름의 약 3분의 1이 바로 이 팜유입니다.팜유가 이렇게 널리 쓰이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바로 ..

기름 2025.04.25

참기름 vs 들기름, 고소한 기름의 진짜 이야기

한식 밥상에 빠지지 않고 올라오는 두 가지 향기로운 기름, 참기름과 들기름. 나물에 살짝 뿌려도, 비빔밥에 한 방울만 더해도 맛이 확 살아나는 마법의 재료죠. 비슷해 보이지만 이 둘은 사실 완전히 다른 씨앗에서 나왔고, 건강에도, 맛에도 꽤 뚜렷한 차이를 지니고 있습니다. 오늘은 고소한 이 두 기름을 제대로 비교해보며,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떻게 먹어야 가장 좋은지 이야기해보겠습니다.참깨와 들깨, 씨앗부터 다르다 먼저 참기름과 들기름은 전혀 다른 식물에서 나옵니다.**참깨(芝麻, sesame)**는 인도와 아프리카 지역이 원산지인 작물로, 흰깨나 검은깨로 분류되며 기름 함량이 높아 오래전부터 식용유로 사용되었습니다. 씨앗은 작고 단단하며 고온에서 볶아야 고소한 향을 끌어낼 수 있죠. 반면 **들깨..

기름 2025.0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