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바람이 불면 바지락이 통통하게 오릅니다. 간장게장보다도 먼저 봄의 시작을 알려주는 바지락국 한 그릇에는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힘이 담겨 있습니다. 조용히 입을 벌려 해감을 마친 바지락이 맑은 국물 속에서 은은하게 퍼뜨리는 바다 내음은, 계절의 변화를 가장 먼저 느끼게 해주는 맛 중 하나입니다. 바지락은 언제부터 먹었을까? 우리나라에서 바지락을 포함한 조개류를 먹은 역사는 오래되었습니다. 삼국시대 패총 유적에서는 다양한 이매패류 껍데기가 발견되며, 『삼국사기』, 『산림경제』, 『임원경제지』 등 고문헌에도 조개를 이용한 국물 요리와 젓갈류가 등장합니다. 바지락이라는 종이 명확히 구분되어 기록된 것은 아니지만, 얕은 갯벌에서 서식하는 조개류는 오랜 세월 민가의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